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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짐이 가장 빛나는 밤

2023-12-20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다양한 오너먼트와 형형색색의 반짝이는 조명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곤 한다. 트리 장식은 화려한 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언제부터인지 그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트리와 장식은 어느새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풍경이 되어 추운 겨울밤을 밝히게 되었다.

 

하지만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의 생각은 달랐다. 위 그림은 바로크 시대 네덜란드 최고의 화가 렘브란트의 “경배하는 목자들”이다. 렘브란트는 어떤 화가들보다도 빛을 잘 사용하는 화가이다. 그는 명암의 극적인 대조로 본인이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면서 입체감을 드러낸다. 이 그림 역시 극명한 명암대조를 통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화려하고 흥겨운 분위기의 크리스마스와 사뭇 다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투박한 삶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마구간 안에 은은하고 온화한 빛으로 드러나는 아기 예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날도,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를 시청하는 휴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는 날도 아니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것들로 크리스마스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가려진 지 오래다. 마치 화려한 트리에 가려진 소박한 말구유처럼.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이 주는 빛과 그림자의 입체감은 우리 삶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유함과 가난함, 행복과 불행, 높음과 낮음. 마치 빛의 명암처럼 우리 삶에도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하고 그 사이에서 삶은 명료한 질감과 양감을 얻곤 한다. 어쩌면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셨던 이유가 가장 짙은 그림자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셨을까? 렘브란트가 자신의 그림 속에서 목동들의 등불보다 아기 예수를 더 밝게 표현한 것은 예수의 낮아짐이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밝은 빛임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극히 일상적인 곳, 가장 우리다운 곳,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곳, 아무도 모르는 죄악의 근원지인 내 마음 깊은 곳. 아기 예수는 그곳으로 오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되어, 우리와 같은 곳에서 우리의 일상 가운데 함께하셨다. 그늘진 우리의 일상에 빛이 되어 주셨고, 소외되지 않고 버림받지 않고 잊히지 않도록 찾아와 주셨다. 화려한 트리 앞에 선물을 들고나와서 따뜻한 식사 한 끼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이들과 친히 함께하셨다. 소망 없는 자들에게 산 소망이 되어 주셨다. 우리 또한 세상의 빛이 되어 그늘진 곳을 섬겨야 함을 가르쳐주셨다.

 

크리스마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또 찾아온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하면 더 화려하고 멋지게 트리를 꾸밀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그 화려함의 그늘로 오신 아기 예수를 기억하며 그 어두운 자리로 걸음을 옮겨보면 어떨까? 여전히 전쟁의 소문이 가득한 요즘, 이 땅에 ‘평화’로 찾아오신 성탄의 밤이야말로 ‘낮아짐이 가장 빛나는 밤’이 아닐까.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누가복음 2장 14절)



       

editor 강동연



* 이미지 안내 : 렘브란트, “경배하는 목자들”(1646년), 캔버스에 유채, 65.6 x 55cm, National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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