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 리빌딩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한국 교회가 이렇게 쉽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은 한국 교회의 변화를 가속화시켰습니다. 10년은 걸릴 것 같던 온라인 예배가 불과 1년 만에 정착되었고,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화상모임(Zoom 미팅 등)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변화’만이 교회 리빌딩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한국 교회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교인 수 감소’입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현재 시무하는 교회의 교인이 줄어들어 교회가 존립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무려 19.6%가 ‘자주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43.2%)는 답변과 함께 무려 62.8%의 목회자가 가까운 시기에 자신이 목회는 교회의 교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이와 같은 교인 수 감소, 교인 구성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교회 리빌딩의 배경이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한국 교회 트렌드 2023”에서 저자들은 ‘플로팅 크리스천’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교회를 정하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크리스천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중에는 등록한 교회는 있지만 온라인 예배를 통해 다른 교회 예배를 드리는 경우(닻형), 등록한 교회 없이 여러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경우(부평초형)들이 있습니다. 교회 입장에선 현장예배가 시작되면 ‘플로팅 크리스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20% 이상의 교인들이 스스로를 플로팅 크리스천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본서는 “예배의 제한이 없어졌다고 해서 플로팅 크리스천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소형, 중형 교회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교회 내 소형교회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여러 사회적인 이유도 적지 않겠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담임목회지와 부교역자들의 이동에 따른 개척 교회의 증가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통계는 30명 이하의 소형 교회의 비중이 2010년 23.8%였으나, 2021년에는 37.6%로 무려 13.8%가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코로나 펜데믹을 경험한 이후, 이런 소형, 중형 교회들이 앞으로 10년 내에 존립의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무려 6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계에서도 이에 대해 다양한 대안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작은 교회들의 통합입니다. 구체적으론 인원이 있는 교회와 건물이 있는 교회의 병합입니다. 또 공유 교회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미국 교회들처럼 한 건물을 여러 교회 공동체가 시간대별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동일 주소 내의 복수의 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법의 개정 등 다양한 후속 논의와 지원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경향이 2024년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4는 소형, 중형 교회들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성도들이 함께 매진할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고, 성도들의 다양한 신앙적, 사회적 욕구에 대응해야 하며, 마지막으론 평신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2024년의 한국 교회에만 요청될 요청이 아니라는 점에선 한국 교회의 위기가 단 시간 내에 극복되긴 어려운 주제임을 느끼게 합니다.
#2 외로운 크리스천
2022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54.6%가 ‘나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또 87.7%가 ‘사회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연령대, 성별과 관계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월 국민일보의 조사 ‘외로움의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 관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 4명 중 1명은 당장 의료적인 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이 등장한 배경에는 우선 신자유주의와 경제 불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비능률을 해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불황과 실업, 그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의 불평등은 한국사회 내 개인의 소외를 가져왔습니다. 전 세계 17개국 중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삶의 가치를 ‘물질적 행복’에 두고 있다는 미국여론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정보다 '물질적 행복'을 우선하는 삶의 지향은 1인 가구, 고독사 증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인 가구 중 미혼의 비율이 50.3%나 된다는 것 역시 놀라운 수치입니다.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 가족과 분가를 했으나 결혼을 하지 않고 1인 가구가 되는 등의 다양한 가족 구성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치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가족에게로 오고”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6.2%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는데, 이중 1인 가구의 비율이 58.8%, 2인 가구는 37.5%에 달했습니다. 크리스천이어도 혼자 사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이 커지고 있으며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유의 절반(52.8%)이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교회 공동체 역시 이 외로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36%의 사람들이 ‘있다’라고 대답했고 그 중 40.4%가 여성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서”(45.5%), “교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서”(20.5%)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와 소그룹 활동이 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될까요?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교인들이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독서, 영화감상, 여행 등의 취미활동’(54.5%)이 가장 많았고, ‘신앙 활동’(30.3%)은 3순위에 그쳤습니다. ‘혼자 식사나 혼자 음주’(16.4%)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지요. 어쩌면 이것은 교회가 ‘신앙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느낀다고 하더라도, 신앙인이 교회 공동체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그것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 짓기 때문은 아닐까요?
본서는 외로움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1인 가구, 고독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교회가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 내에 존재할 수 있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또 그 ‘외로움’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신앙적 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더불어 교회가 가져야할 ‘참 공동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쩌면 교회 공동체야말로 신앙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최후의 ‘안전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ditor 구창본
#1 교회 리빌딩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한국 교회가 이렇게 쉽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은 한국 교회의 변화를 가속화시켰습니다. 10년은 걸릴 것 같던 온라인 예배가 불과 1년 만에 정착되었고,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화상모임(Zoom 미팅 등)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변화’만이 교회 리빌딩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한국 교회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교인 수 감소’입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현재 시무하는 교회의 교인이 줄어들어 교회가 존립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무려 19.6%가 ‘자주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43.2%)는 답변과 함께 무려 62.8%의 목회자가 가까운 시기에 자신이 목회는 교회의 교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이와 같은 교인 수 감소, 교인 구성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교회 리빌딩의 배경이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한국 교회 트렌드 2023”에서 저자들은 ‘플로팅 크리스천’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교회를 정하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크리스천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중에는 등록한 교회는 있지만 온라인 예배를 통해 다른 교회 예배를 드리는 경우(닻형), 등록한 교회 없이 여러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경우(부평초형)들이 있습니다. 교회 입장에선 현장예배가 시작되면 ‘플로팅 크리스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20% 이상의 교인들이 스스로를 플로팅 크리스천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본서는 “예배의 제한이 없어졌다고 해서 플로팅 크리스천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소형, 중형 교회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교회 내 소형교회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여러 사회적인 이유도 적지 않겠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담임목회지와 부교역자들의 이동에 따른 개척 교회의 증가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통계는 30명 이하의 소형 교회의 비중이 2010년 23.8%였으나, 2021년에는 37.6%로 무려 13.8%가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코로나 펜데믹을 경험한 이후, 이런 소형, 중형 교회들이 앞으로 10년 내에 존립의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무려 6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계에서도 이에 대해 다양한 대안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작은 교회들의 통합입니다. 구체적으론 인원이 있는 교회와 건물이 있는 교회의 병합입니다. 또 공유 교회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미국 교회들처럼 한 건물을 여러 교회 공동체가 시간대별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동일 주소 내의 복수의 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법의 개정 등 다양한 후속 논의와 지원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경향이 2024년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4는 소형, 중형 교회들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성도들이 함께 매진할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고, 성도들의 다양한 신앙적, 사회적 욕구에 대응해야 하며, 마지막으론 평신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2024년의 한국 교회에만 요청될 요청이 아니라는 점에선 한국 교회의 위기가 단 시간 내에 극복되긴 어려운 주제임을 느끼게 합니다.
#2 외로운 크리스천
2022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54.6%가 ‘나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또 87.7%가 ‘사회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연령대, 성별과 관계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월 국민일보의 조사 ‘외로움의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 관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 4명 중 1명은 당장 의료적인 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이 등장한 배경에는 우선 신자유주의와 경제 불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비능률을 해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불황과 실업, 그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의 불평등은 한국사회 내 개인의 소외를 가져왔습니다. 전 세계 17개국 중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삶의 가치를 ‘물질적 행복’에 두고 있다는 미국여론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정보다 '물질적 행복'을 우선하는 삶의 지향은 1인 가구, 고독사 증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인 가구 중 미혼의 비율이 50.3%나 된다는 것 역시 놀라운 수치입니다.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 가족과 분가를 했으나 결혼을 하지 않고 1인 가구가 되는 등의 다양한 가족 구성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치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가족에게로 오고”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6.2%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는데, 이중 1인 가구의 비율이 58.8%, 2인 가구는 37.5%에 달했습니다. 크리스천이어도 혼자 사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이 커지고 있으며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유의 절반(52.8%)이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교회 공동체 역시 이 외로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36%의 사람들이 ‘있다’라고 대답했고 그 중 40.4%가 여성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서”(45.5%), “교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서”(20.5%)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와 소그룹 활동이 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될까요?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교인들이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독서, 영화감상, 여행 등의 취미활동’(54.5%)이 가장 많았고, ‘신앙 활동’(30.3%)은 3순위에 그쳤습니다. ‘혼자 식사나 혼자 음주’(16.4%)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지요. 어쩌면 이것은 교회가 ‘신앙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느낀다고 하더라도, 신앙인이 교회 공동체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그것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 짓기 때문은 아닐까요?
본서는 외로움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1인 가구, 고독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교회가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 내에 존재할 수 있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또 그 ‘외로움’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신앙적 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더불어 교회가 가져야할 ‘참 공동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쩌면 교회 공동체야말로 신앙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최후의 ‘안전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ditor 구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