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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맛집 같은 교회

2024-01-18



“작은 교회의 설교와 예배”
- 윌리엄 윌리몬, 로버트 윌슨 공저, 전의우 옮김, 비아토르

 

오랫동안 방황을 하더니 최근에서야 신앙을 갖게 된 후배를 반갑게 만났다. 흥미롭게도 후배에겐 코로나 팬데믹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기독교 신앙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갖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소통의 창구가 없었던 후배는, 여러 교회의 온라인 예배, 웨비나(webinar) 등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 어느 교회에 출석하고 있어?” 함께 있던 다른 지인이 물었다.
“그냥 작은 교회예요.”
“그냥 작은 교회가 어디 있어? 교회 이름이 뭔데?”
“말해도 모르실 거예요. 동네에 있는 그냥 작은 교회예요.”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선한목자교회 등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교회를 제외하고, 언젠가부터 수많은 ‘작은 교회’들은 그 이름을 잃었다. 그냥 동네의 ‘작은 교회’일 뿐이다. 어쩐지 씁쓸한 마음이 되었다. 작은 교회, 그 이름만으로는 교회의 건강함이나, 목회자의 헌신, 좋은 양육 프로그램이나 사회적인 참여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쩐지 규모가 내용을 결정해 버린 것 같은 낭패감마저 들었다. 그 때 후배가 덧붙인 말에 일행들의 눈이 둥그레졌다.

“왜 진짜 맛집은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싫잖아요. 유명세 때문에 없던 웨이팅도 생기고 또 좋았던 서비스도 달라지고 하니까요. 비교하긴 그렇지만, 우리 교횐 정말 맛집 중의 찐 맛집이에요. 그래서 저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작은 교회’ 담임목사의 생각은 후배와 다를 수 있었겠지만, 그 한마디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맛집 중의 맛집 같은 작은 교회, 말만 들어도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왜 우린 ‘작은 교회’에 대한 이상한 편견을 갖게 되었을까?

 
한국 교회의 90%는 작은 교회

2017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이 집계한 한국 교회 5만 905개 중 100명 이하의 성도가 예배를 드리는 ‘작은 교회’의 비율은 무려 93%(4만 9192개)에 이른다. 실천신학대학원의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한국 교회의 60~70%를 차지하는 소형교회들의 교인 수의 합이 전체의 40%가 채 안 된다는 것은 소형교회가 그만큼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이 통계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한국 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교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작은 교회의 가치는 교회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은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윌리엄 윌리몬과 로버트 윌슨이 공저한 “작은 교회의 설교와 예배”(Preaching and Worship in the Small Church)가 생각이 났다. 비록 그 통계의 기반이 미국과 캐나다를 기반하고 있지만 작은 교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그리고 작은 교회의 목회에 대해 이 책만큼 정밀하게 다뤘던 책이 있었을까? 놀랍게도 미국과 캐나다의 작은 교회 역시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개신교에서 작은 교회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교단의 통계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1976년, 연합감리교회의 발표에 따르면, 소속 교회들 중에 교인이 50명 이하인 교회가 7,069개로 전체의 18%이다. 교인이 100명 이하인 교회가 15,742개로 전체 교회의 41퍼센트이고, 교인이 200명 이하인 교회는 24,855개로 전체 교회의 64퍼센트다. 연합감리교에 속한 전체 교인 가운데 교인이 200명 이하인 교회가 거의 3분의 2에 이르며, 여기에 속한 교인이 전체 교인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3쪽)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펜데믹 이후 한국 교회 내 작은 교회의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고 한국 교회 역시 전체 교회의 90% 가까이가 교인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이다. 통계가 이렇다면 오히려 ‘작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동네 상가 건물마다 작은 교회들이 힘들고 어려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실제로 한국 교회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책의 저자들은 작은 교회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작은 교회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유형은 이제 막 설립되어 작지만 성장하고 있거나 성장하리라 예상되는 교회다. 이런 교회들은 가까운 미래에 커질 것이다. 둘째 유형은 쇠퇴하는 교회다. 이 교회는 한때 큰 교회였으나 교인 수가 줄어 이제는 작은 교회로 분류된다. 이런 교회들 중 일부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셋째 유형은 늘 작았고 앞으로도 늘 작을 교회다. 대다수 작은 교회가 이런 유형이다. ...도시 지역에서 이런 작은 교회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주변 인구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 원인이 있는 게 틀림없다. (22쪽)

 


안타까운 것은, ‘작은 교회에 속한 많은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교회가 큰 교회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목회자와 교단의 관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평신도들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 준다.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옮겨 가는 것이 목회자의 승진으로 인식되는 것이 한국 교회에서도 일반적이다. 책의 저자들은 미국 교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 어떤 사람들, 특히 목회자들과 교단 지도자들은 작은 교회를 심지어 시대착오적 존재로 본다. 사라지도록 독려해야 할 제도를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 완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부지시키고 있는 존재가 작은 교회라는 것이다.”

즉 작은 교회를 ‘병합’의 대상, 후진적이거나 도태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작은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작은 교회 자체의 문제나 단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고작 10% 남짓한 큰 교회들이 그런 부정적 시선을 부추겨 온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작은 교회를 ‘큰 교회’처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은 그 시작부터 실패를 예상하게 된다. 오히려 작은 교회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시각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작은 교회만의 뛰어난 장점들

그렇다면 작은 교회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작은 교회에선 개개인이 전체에 더없이 중요하다. 교회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필요하다. 누군가 빠지면 모두가 다 알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는 예배에 참석하는 비율이 큰 교회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다. 이유는 분명하다. 모든 사람이 다 필요하며, 한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모두가 아쉬워하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교회는 교인들이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비율이 큰 교회에 비해 높다. 소수의 인원(당회원 들이나 직분자들)만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큰 교회와 달리 다양한 위원회로 움직이는 작은 교회들이 많다. 세 번째로 작은 교회 교인들은 공동체 의식도 강하다. “이런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일종의 대가족처럼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저자들이 작은 교회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작은 교회든 삶의 중심은 예배와 설교”이기 때문이다. 비록 대형 교회의 예배처럼 잘 짜여지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선율의 예배는 아니지만, 작은 교회는 ‘예배와 설교’가 거의 모든 것이다. 목회자는 오직 ‘설교’에만 집중할 수 있고 오직 ‘예배’로 변별적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이것이 대형 교회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작은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예배와 설교”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거듭 강조한다. 책의 여러 장(章)을 할애하며 주일 사역, 예배, 주의 만찬, 세례, 결혼과 장례, 설교, 평신도 반응 등 작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역들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전선의 위기를 극복한 한 사례를 들어 작은 교회의 역할을 설명한다.

 

"이 작은 길목에서 적에게 맞선 숱한 저항 중에 어느 하나도 독일군의 진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름 모를 다리와 교차로에서 적에 맞서 벌인 수백 번의 작은 전투들이 독일군의 진격을 크게 늦추었다. ···눈이 내리고 비가 자욱하며 교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적에 맞선 이러한 불굴의 ‘작은 저항들’이 크기에 비해 엄청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었다."

여기서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다. 하나님 나라를 크게 확장하는 것은 교단 본부가 하는 일이 아니라 작은 교회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지교회들이 하는 사역이라는 점이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찐 맛집 같은 ‘작은 교회’를 섬기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을 사역자들과 성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바로 그 ‘이름 없는’ 작은 교회들이 오늘도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editor 구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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